기나긴 수다와 야식.
원래 계획대로라면 한참 전에 호텔에 도착했었어야 하는데, 중간에 안 가본 길로 가보자며 DELAWARE로 빠지는 바람에 밤11시에 도착하고 말았다. 사실 쌀국수가 먹고 싶어서 중간에 베트남 식당이 밀집한 EDEN CENTER에 들리려고 했는데, 델라웨어에서 너무 오래 놀기도 했고, 12시간을 쉬지않고 돌아다녀서 샤워가 급했기 때문에 호텔 내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사실 난 아까 쓰레기와 같은 SONIC 토스터 를 잡솨놔서 배는 안 고픈데 정크푸드를 씻어내리고 싶어서 먹기로 함.
근데 왠걸 WESTIN GEORGETOWN에 식당 둘다 11시인데 문을 닫음. 아무리 일요일이라지만 솔직히 이렇게 일찍 닫으면 자존심 안 상하나, 하고 길건너편 PARK HYATT호텔에 있는 DC에서 유명한 BLUE DUCK TAVERN에 가기로 함.
나름 세련된 곳인데, 우린갈때마다 거지 차림으로 가는것 같아. 흐흐.
어차피 호텔에 딸린 레스토랑이라 편한 차림의 투숙객들도 왔다갔다 해서 상관은 없다.
가장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 인테리어 디자인 중 하나인데 밤에 가니 너무너무 어두워서 사진 나온게 없음. 어떠냐면 세련됬지만 정감가고, 모던하지만 전통적인 아주 똑똑한 디자인의 곳이다.
나무, 메탈, 유리를 어찌나 잘 조물락조물락 해놓으셨는지, TONY CHI 회사에서 인테리어를 담당했다고. (부러워.흐윽.)
더욱 똑똑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중간에 바 공간외에도 치즈와 빵을 바처럼 진열 해놓고 담당 셰프들이 관리(?)하는 곳을 양 옆으로 배치해놓았는데, 프로페셔널해보이면서도 레스토랑 내에 치즈숍이나 빵집이 있는 듯한 분위기를 주고, 오픈키친은 아니지만 그 장점을 약간 살리는....
| http://www.besthotelsofwashingtondc.com |
내가 원하는 부엌의 모습을 재연해주신 디자이너분.
무엇보다 저 대리석 아일랜드. 츄릅....
그 밖의 모습은 링크에
http://www.welovedc.com/2010/02/17/behind-the-design-blue-duck-tavern/
실제로 보면 메탈과 유리의 비중이 꽤 커서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이 더 강한데, 링크 걸어논 사진은 나무에 더 비중을 둔듯. (사진 너무 못 찍은거 같아. )
어쨌거나 저쨌거나, 인테리어는 둘째치고 이곳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메뉴가 너무 좋다.
좋아하는 것만 골라 좋은 거 같아. ////
바에 앉는 걸 좋아해서(애주가들...) 역시나 바에 앉았다.
오늘은 느끼해보이는 바텐더가 일요일 밤의 한가한 바를 지키고 있었음.
이런 바 형태도 괜찮겠다 싶다.
역시 시작은 맥주로.
뭘 마실까 하다가 바텐더가 에스프레소 스타우트를 추천해줬다. 둘다 워낙 볼드한 맛을 즐기는 터라 스타우트 맥주를 좋아하고 초콜렛이나 에스프레소, HOPPY(맥주의 원료인 홉의 맛이 많이 느껴지는 경우), SMOKEY라는 글자가 붙으면 무조건 콜!!!
이름도 재밌고 라벨도 재밌는 MORNING GLORY 에스프레소 스타우트.
아, 진짜 맛있다. 맛은 진한데 끝이 깨끗하다. 난 이걸 아침에 마시면 좋겠다 싶었음.
원래 한병 나눠 마시려고 했는데, 맛있어서 한병 더 마심.
너무 늦게 가서 메뉴가 한정되어 있었다. 입을 헹구고 싶은 마음에 시킨 수박 샐러드.
큐브로 썬 수박을 생강과 팜슈가 비니그랫에 버무리고, PORK LOMO(돼지고기 허릿살을 햄으로 만든것) 얇게 썬거, 민트잎, FRISEE SALAD를 올렸다. 수박 샐러드는 흔하지 않은 점과 입안이 깨끗해진다는 점에서는 좋은데 그닥 뛰어난 맛인지는 모르겠다. 페타치즈랑 수박 먹는게 난 더 좋은듯.
남편씨의 내사랑, 너의사랑 랍스타롤. 진짜 어딜가도 이 메뉴만 보면 좋아함.
저번에 내가 또 먹냐고 해서 안시켰는데 이번엔 그냥 시키라고 했다. 랍스타롤은 어딜가도 중간 이상이고 해서 실패가능성은 적지만, 그냥 내 입맛엔 약간 너무 멀쩡히 잘 있는 엄청 맛있는 재료를 이것저것 섞어놔서 좀 아까운 느낌?
번 양옆을 저렇게 잘라노니 좀 FANCY한 느낌이 나네. 흐흐.
마요네즈 대신 AIOLI를 쓰고 재료들도 고르게 잘 썰어져서 식감이나 이런건 확실히 더 신경쓴 느낌이 나긴하는데, 난 랍스터롤은 좀 더 투박해야 제맛인듯. 랍스터 살들이 덩어리째 씹히는게 더 좋다. 그래도 진짜 맛있었던 건 사실이다.
워낙 밤 늦게라서 이렇게 먹고 가려고 했는데, 워낙 사교적인 남편씨와 바텐더가 수다를 떨기 시작한 것. 전부터 시도하고 싶었던 B&B(BENEDICTINE과 BRANDY를 아예 미리 섞어 놓은 술)를 시도할 수 있겠냐에서 시작했는데, 바텐더가 B&B 좋아하면 추천 칵테일이 있다며 말을 이어가다 보니, 둘은 키우는 개 얘기에, 투자문제에, 프로포즈 상담까지 아주 둘이 난리났다.
추천 칵테일이 맛없었으면 그냥 가자고 했겠지만, 맛있으니 두 잔 째 마셔주시고.
WIDOW KISS라는 듣기만 해도 강한 이 칵테일은 CALVADOS(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사과 브랜디.냠냠), CHARTREUSE(수도사들의 비밀 레시피라는 오만가지 허브를 넣고 만들었다는 술. 최근 몇년 사이 FERNET이라는 각종 허브와 스파이스를 넣은 술이 바들 사이에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그것과 비슷한데 달다), BENEDICTINE(얘도 또 허브랑 뿌리랑 섞어주신 코냑 베이스의 술)를 섞어 아주 차게 마셔주는게 포인트라고 함.
사실 섞은 술들이 이미 쎈 아이들인데 맛있어서 잘 모르고 계속 마시게 되는 아주 위험한 술이었다. 흐흐. 게다가 잔 바닥에 놓인 CANDIED 체리까지 먹고 나면 한잔 더 찾게된다는...
확실히 채식위주의 식단을 하다보니 주량이 약해진 남편씨 다음날 아침 힘들다고 낑낑.
다음에 또 마시러가자. 키키.
덧;
전에 먹은 것들을 핸드폰에서 찾음. 역시나 어두워서 뭐가 뭔지 싶지만, 역시 이곳은 요리들이 맛있다. 이날 둘이 싸워서 나 혼자 다 먹었다지. 하하.
잘 기억 안 나지만 맛있었던 바삭한 연어 요리와 이 집의 야심작 BONE MARROW!!!
기름기 좔좔 버터리하고 리치한 부들부들 골수. 진짜 맛있다.
옆에는 오리 기름에 튀긴 감자튀김. 워낙에 여기저기 흔하게 된 메뉴이지만 겉은 바삭하고 쫄깃한 속은 언제나 일품. 아이올리에 찍어서...츄릅.
아, 배고파...

